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76

사울의 아들 – 침묵 속에서 울려 퍼지는 인간의 존엄 ‘사울의 아들’은 헝가리 감독 라슬로 네메시의 데뷔작이자, 2015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이며, 제88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걸작이다.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배경으로,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비극의 한가운데에서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존엄을 지키고자 했던 한 남자의 고요한 외침을 담고 있다.  주인공 사울 아우스랜더는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하기 위해 조직한 특수 부대인 ‘존더코만도’의 일원이다. 그는 동료 유대인의 시신을 처리하는 일을 맡고 있으며, 반복되는 죽음의 현장에서 감정을 철저히 억누른 채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그러나 어느 날, 가스실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한 소년의 시신을 발견한 그는, 그 아이가 자신의 아들이라고 믿고 유대식 장례를 치르기 .. 2025. 3. 25.
영화 감상문: 『다크 나이트』 — 혼돈 속의 영웅, 정의란 무엇인가 혼돈과 질서, 그 사이에 선 영웅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다크 나이트』는 단순한 슈퍼히어로 영화의 틀을 벗어나 인간 내면의 갈등과 사회의 윤리를 탐구하는 걸작이다. 이 작품은 배트맨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높은 평가를 받으며, ‘히어로란 무엇인가’,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조커라는 혼돈의 화신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존재는 단연 조커다.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는 악의 상징이라기보다는 혼돈 그 자체로 그려진다. 그는 단지 돈이나 권력을 위해 행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질서를 파괴하고 인간 본성을 시험하며, 사회의 허상을 들춰내는 데 집착한다. “너희 체제는 얼마나 위선적인가”라고 말하듯 그는 배트맨은 물론, 고담시 전체를 심리적인 수렁에 빠뜨린다.배트맨, 영웅.. 2025. 3. 25.
영화 감상문: 『타인의 삶』 — 감시 속에서도 피어나는 인간성의 희망 우리는 ‘감시’라는 단어에서 무엇을 떠올릴까? 카메라, 도청 장치, CCTV, 또는 공포와 불안. 영화 『타인의 삶』은 이처럼 차가운 감시의 세계 한가운데에서, 인간성이라는 따뜻한 불꽃이 어떻게 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2006년 독일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독일 분단 시절, 동독의 비밀경찰 ‘슈타지(Stasi)’가 지식인들을 감시하는 이야기를 통해 개인과 국가, 감시와 자유, 냉정과 감정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슈타지 요원 게르트 비즐러(비스들러)가 있다. 그는 철저한 원칙주의자이며, 체제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인물이다. 그의 임무는 유명 극작가 드라이만과 그의 연인 크리스타를 감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감시가 계속될수록, 그는 감시 대상인 드라이만의 삶과.. 2025. 3. 24.
영화 '올드보이' 감상평 - 복수의 미로 속에서 펼쳐지는 잔혹한 인간 드라마 작품 개요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2003년 개봉된 한국 영화로, 일본 만화가 미네기시 노부아키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되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재창조된 작품이다. 제56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복수, 금기, 정체성, 그리고 인간 심리의 어두운 측면을 다루는 현대 누아르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민식, 유지태, 강혜정 등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와 박찬욱 감독 특유의 미학적 폭력성,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으로 전 세계 영화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줄거리평범한 샐러리맨 오대수(최민식 분)는 딸의 생일날 술에 취해 집으로 가던 중 갑자기 납치되어 15년 동안 한 방에 감금된다. TV를 통해 그는 자신이 아내 살해범으로 지목되었으며, 딸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감.. 2025. 3. 23.
'마가렛' - 복잡한 인간 심리와 도덕적 딜레마를 파헤치다 영화 '마가렛'은 켄네스 로너건 감독의 2011년 작품으로,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몇 년 늦게 개봉되었지만 그 독특한 서사와 깊이 있는 캐릭터 묘사로 많은 영화 애호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작품은 단순한 청소년 드라마를 넘어서 철학적 질문, 도덕적 딜레마, 그리고 인간 존재의 복잡성을 탐구하는 작품이다.줄거리와 주요 인물주인공 리사 코헨(안나 패킨 분)은 뉴욕에 사는 17세 고등학생으로, 지적이고 열정적이며 자신만의 강한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날 리사는 버스 운전사(마크 러팔로 분)의 부주의로 인한 교통사고를 목격하게 되는데, 이 사고로 인해 한 여성(올리센 세이어스 분)이 사망하게 된다. 초기에 리사는 경찰 조사에서 버스가 초록 신호에 움직였다고 진술하지만, 이후 양심의 가책을 느.. 2025. 3. 23.
영화 '월-E' 감상평 - 쓰레기 속에서 피어난 인류의 희망 작품 개요픽사 애니메이션의 걸작 '월-E'(WALL-E)는 2008년 앤드류 스탠튼 감독이 선보인 작품으로, 환경 오염으로 인해 인간이 떠난 지구에 남겨진 쓰레기 청소 로봇의 이야기를 그린다.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환경, 소비주의, 기술 의존, 그리고 인간성의 본질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개봉 당시부터 비평가들과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줄거리22세기, 지구는 쓰레기로 뒤덮여 더 이상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황폐한 행성이 되었다. 인류는 거대 우주선 '액시엄'을 타고 우주로 떠났고, 지구에는 쓰레기를 압축하고 정리하도록 프로그래밍된 로봇 '월-E'(Waste Allocation Load Lifter Earth-Class)만이 남아 700년간 묵묵히 임무를 수행한다.오랜 세월 동.. 2025.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