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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과 희망 사이: 브라질 빈민가의 잔인한 초상 - '시티 오브 갓' 감상 첫인상: 폭력의 일상화된 세계리우데자네이루의 파벨라는 단순한 빈민가가 아니다. 그곳은 생존을 위한 전쟁터이며, 폭력과 범죄가 일상의 숨결처럼 흐르는 공간이다. 호세 파덴지의 영화 '시티 오브 갓'은 이러한 냉혹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충격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작품이다.주인공 리틀 제이의 여정: 선택의 기로주인공 리틀 제이(루카스 프로엔사)의 성장 서사는 이 영화의 핵심이다. 그는 폭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예술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유일한 인물이다. 사진기를 들고 주변의 잔혹한 현실을 기록하는 그의 모습은 단순한 방관자가 아니라, 변화를 꿈꾸는 증인이다. 폭력의 계보: 갱단의 초상베니와 지구(펠리페 하건)로 대변되는 두 갱단의 대립은 단순한 권력 다툼이 아니다. 이는 빈곤, 교육의 부재, 사회적 불.. 2025. 3. 27.
엉클 분미: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들의 서사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엉클 분미'는 현실과 초현실, 생과 사,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독특한 서사시다. 이 영화는 단순한 서사가 아니라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이자, 태국의 문화와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걸작이다.주인공 분미는 말기 신장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으로,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또 다른 변화의 국면으로 바라본다. 분미의 마지막 날들은 놀랍도록 평온하고 신비롭다. 그의 주변에는 죽은 가족들과 기이한 존재들이 자연스럽게 함께한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현실과 초현실 사이의 경계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허물어뜨린다는 점이다. 분미의 죽은 아내의 유령, 원숭이 정령으로 변신한 그의 아들, 붉은 눈을 가진 정령들은.. 2025. 3. 27.
팀북투: 희망의 음악, 저항의 울림 영화 '팀북투'는 단순한 음악 다큐멘터리를 넘어서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말리의 도시 팀북투를 배경으로, 음악이 어떻게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지키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놀라운 서사시다.  2012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팀북투를 점령했을 때 음악은 금지되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음악이 얼마나 깊게 인간의 영혼에 뿌리박혀 있는지, 그리고 어떤 억압도 결코 그 울림을 완전히 잠재울 수 없음을 증명한다. 영화는 음악이 단순한 예술 형식이 아니라 저항의 언어이자 희망의 상징임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주인공들의 내러티브는 매우 인상적이다. 각각의 음악가들은 자신들의 문화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는 용기 있는 예술가들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개인의 서사를 넘어 전체.. 2025. 3. 27.
와호장룡 – 검(劍)과 마음이 그리는 자유의 비상 리안 감독의 영화 「와호장룡」은 2000년에 개봉한 후 전 세계적인 찬사를 받으며, 무협이라는 장르를 새롭게 정의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라, 사랑, 자유, 책임, 내면의 갈등 등 인간의 본질을 깊이 있게 조명하는 이 영화는, 동양 철학과 아름다운 영상미, 그리고 정제된 감정선이 어우러진 걸작이다.  ‘와호장룡(臥虎藏龍)’이라는 제목은 '잠든 호랑이와 숨은 용'이라는 뜻으로,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속에 강력한 힘을 품고 있는 존재를 의미한다. 이는 곧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내면과도 맞닿아 있다. 저마다 강력한 무공을 지닌 이들은 겉으로는 절제와 침묵을 지키지만, 마음속에는 불타는 열망과 억눌린 감정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영화는 바로 그 숨겨진 열망이 어떻게 폭발하고, 다시.. 2025. 3. 26.
사울의 아들 – 침묵 속에서 울려 퍼지는 인간의 존엄 ‘사울의 아들’은 헝가리 감독 라슬로 네메시의 데뷔작이자, 2015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이며, 제88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걸작이다.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배경으로,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비극의 한가운데에서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존엄을 지키고자 했던 한 남자의 고요한 외침을 담고 있다.  주인공 사울 아우스랜더는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하기 위해 조직한 특수 부대인 ‘존더코만도’의 일원이다. 그는 동료 유대인의 시신을 처리하는 일을 맡고 있으며, 반복되는 죽음의 현장에서 감정을 철저히 억누른 채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그러나 어느 날, 가스실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한 소년의 시신을 발견한 그는, 그 아이가 자신의 아들이라고 믿고 유대식 장례를 치르기 .. 2025. 3. 25.
영화 감상문: 『다크 나이트』 — 혼돈 속의 영웅, 정의란 무엇인가 혼돈과 질서, 그 사이에 선 영웅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다크 나이트』는 단순한 슈퍼히어로 영화의 틀을 벗어나 인간 내면의 갈등과 사회의 윤리를 탐구하는 걸작이다. 이 작품은 배트맨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높은 평가를 받으며, ‘히어로란 무엇인가’,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조커라는 혼돈의 화신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존재는 단연 조커다.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는 악의 상징이라기보다는 혼돈 그 자체로 그려진다. 그는 단지 돈이나 권력을 위해 행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질서를 파괴하고 인간 본성을 시험하며, 사회의 허상을 들춰내는 데 집착한다. “너희 체제는 얼마나 위선적인가”라고 말하듯 그는 배트맨은 물론, 고담시 전체를 심리적인 수렁에 빠뜨린다.배트맨, 영웅.. 2025.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