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뉴 프렌치 익스트림 무브먼트를 대표하는 파스칼 로지에 감독의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2008)은 개봉 당시부터 지금까지 끊임없는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입니다. 극단적인 폭력 묘사로 인해 여러 국가에서 상영 금지 또는 검열 논란을 겪었지만, 동시에 충격적인 외피 아래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도발적인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와 그 예술적 가치에 대해 살펴보려 합니다.
줄거리와 구조
'마터스'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부분은 어린 시절 끔찍한 학대를 당했던 루시(밀렌 자모파노 분)가 자신을 학대했다고 믿는 가족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루시의 절친한 친구 안나(모리안나 알루아시 분)는 그녀를 돕지만, 점차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신비로운 비밀 조직이 등장하며 영화의 본질적인 주제가 드러납니다. 이 조직은 극단적인 고통을 통해 '순교자'들이 사후 세계를 보거나 경험할 수 있다는 철학적 가설을 실험하고 있으며, 안나는 그들의 마지막 실험 대상이 됩니다.
고통과 초월의 철학
'마터스'의 핵심 주제는 고통을 통한 초월적 경험의 가능성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비밀 조직의 지도자 밀역할의 여성(카트린 베기 분)은 "순교자란 세상 모든 이를 초월하는 자"라고 정의하며, 극단적인 육체적·정신적 고통 끝에 도달하는 의식 상태에서 사람들이 사후 세계에 대한 비전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종교적 순교의 개념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과학적 접근을 통해 형이상학적 질문에 답하려는 인간의 오만함을 비판합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서 안나가 겪는 잔혹한 "탈피" 과정은 육체로부터의 해방을 통해 영혼의 순수한 상태에 도달하려는 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시각적 충격과 예술적 표현
'마터스'가 논란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극도로 사실적이고 노골적인 폭력 묘사에 있습니다. 그러나 파스칼 로지에 감독은 이러한 폭력을 단순한 선정주의나 관객의 공포심을 자극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폭력은 인간 존재의 취약성과 육체의 한계, 그리고 그것을 초월하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을 표현하는 예술적 장치로 기능합니다.
특히 영화의 시각적 톤이 첫 번째 부분의 어둡고 혼란스러운 분위기에서 두 번째 부분의 차갑고 임상적인 하얀색 배경으로 전환되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이는 개인적 복수와 감정의 세계에서 철학적 탐구와 초월의 영역으로 이동하는 영화의 주제적 변화를 반영합니다.
여성 캐릭터와 젠더적 읽기
'마터스'는 모든 주요 인물이 여성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관찰자와 실험 대상 모두 여성이며, 이는 전통적인 호러 영화에서 여성을 단순한 피해자로 묘사하는 관행에서 벗어납니다.
특히 안나의 캐릭터가 겪는 변화는 수동적 희생자에서 능동적인 '순교자'로의 전환을 보여주며, 영화의 마지막 순간에 그녀가 "경이로움"을 본다는 암시는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의 의지와 초월적 가능성을 암시합니다.
사회적 비판과 메타포
표면적으로는 철학적·종교적 주제를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터스'는 동시에 현대 사회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비밀 조직이 '지식'을 위해 인간을 희생시키는 행위는 과학과 진보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윤리적 범죄에 대한 알레고리로 읽힐 수 있습니다.
또한 영화는 고통을 통해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 자체를 비판적으로 검토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조직의 지도자가 자살하는 행위는 결국 그 '진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며, 순교자의 눈으로 본 세계가 과연 구원인지 공허인지에 대한 질문을 남깁니다.
뉴 프렌치 익스트림 무브먼트와의 관계
'마터스'는 2000년대 초반부터 중반에 걸쳐 등장한 '뉴 프렌치 익스트림' 무브먼트의 대표작으로 손꼽힙니다. 이 무브먼트는 가스파 노에의 '리버스', 알렉산드르 아자의 '하이 텐션' 등과 함께 기존 장르 영화의 관습을 파괴하고, 극단적인 폭력과 성적 표현을 통해 관객에게 충격과 불편함을 안겨주는 작품들을 포함합니다.
이러한 영화들은 단순한 선정주의를 넘어서 현대 사회의 폭력성, 소비주의, 도덕적 붕괴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마터스'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읽힐 수 있습니다. 특히 파스칼 로지에 감독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영화가 "현대 사회의 극단적 폭력성을 거울처럼 비추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2015년 미국 리메이크와의 비교
2015년 케빈 고츠 감독에 의해 미국에서 리메이크된 '마터스'는 원작의 충격적인 요소들을 상당 부분 완화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작이 가진 철학적 깊이와 도발적인 질문들이 희석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는 상업적 할리우드 시스템과 독립 유럽 영화의 접근 방식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원작과 리메이크의 차이는 단순히 폭력의 정도가 아닌, 주제를 다루는 태도와 깊이의 차이에 있습니다. 원작이 불편함과 모호함을 통해 관객의 능동적 사고를 요구한다면, 리메이크는 보다 명확한 서사와 도덕적 판단을 제시합니다.
결론: 극단적 영화의 가치와 의미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은 단순한 익스플로이테이션이나 선정적인 폭력물이 아닌, 깊은 철학적 질문과 도발적인 사회적 비판을 담은 작품입니다.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고 심리적 충격을 주는 이 영화는 결국 인간 존재의 본질, 고통의 의미, 그리고 형이상학적 진실에 대한 인간의 끝없는 탐구를 다룹니다.
모든 관객에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는 분명 아니지만, 영화의 충격적인 표면 너머에 있는 깊은 사유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이들에게 '마터스'는 단순한 공포영화를 넘어선 철학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파스칼 로지에 감독은 이 도발적인 작품을 통해 "고통과 희생, 초월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고 싶었다"고 말했으며, 그 의도대로 '마터스'는 개봉 후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끊임없는 논쟁과 해석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결국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진실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보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영화가 아닌, 관객 자신의 내면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